천국의 문 11
김지환
제3부 반격
최 팀장이 하람, 유정, 이정희 경장과 함께 코다리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감칠맛 나는 뜨끈한 미역국에 매콤한 코다리와 시래기가 입맛을 돋우었다. 다들 오전에 외근을 나갔다가 늦게 오는 바람에 오후 2시가 되기 직전의 늦은 점심이었다. 식당에는 점심 시간에 맞춰 손님들이 한 차례 지나갔고 그들만이 있었다. 몇 분간 서로들 아무 말 없이 먹기만 했다. 말이 없었지만 그 대신 ‘쨍그랑’, ‘탁’, ‘우걱우걱’, ‘씁’하는 소리가 어색하지 않게 오가고 있었다.
“고 경위.”
“네.”
하람이 미역국에 밥을 절반 정도 말고 있었다.
“천국의 문 사건 참고인 조사 몇 명 더했지?”
“세 명입니다. 강현중 강간치사건 피해자 오빠하고 김재일 음주운전치사 건 피해자 어머니, 그리고…누구였죠?”
하람이 유정을 슬쩍 쳐다봤다. 유정이 말했다.
“아, 이진명 강도상해 피해자 남자입니다. 피해자 2명이 부부인데 엊그제 남편 조사 완료했습니다.”
“특이사항은 없었고?”
팀장이 유정에게 물었다.
“피해자 가족들 모두 평범했고 특이한 건 없었습니다. 강간치사건 피해자 오빠도 공무원이고 음주운전치사건 피해자 어머니는 판사라고 하던데요.”
“판사?”
팀장이 되묻자 정희가 끼어들었다.
“아, 그거구나. 판사 딸이 음주운전 차에 치어서 죽은 사건요. 작년이었나 뉴스에도 나오고 그랬잖아요.”
“그랬나? 바빠서 TV볼 시간도 없다, 야.”
팀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유정이 정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말을 이었다.
“강도상해건 피해자 남편도 회사원이고. 뭐, 피해자 가족들이 다들 성실하게 일하고 사는 분들이었습니다. 원한 관계가 있다고 해도 누구를 살해하거나 그럴 정황은 보이지 않았구요. 피해자 가족들 모두 가해자들이 사망했다는 말을 듣고 싸다고들 말은 했는데 그건 당연한 반응일 거 같습니다.”
“들어가서 그 세 명 진술서 좀 내 책상에 갖다줘.”
“네. 알겠습니다.”
어느새 코다리 4인분이 고스란히 머리만 남긴 채 사라졌다. 팀장이 물을 한 컵 마시고 입을 휴지로 닦으며 말했다.
“정희는 오래전부터 아침 안 먹는다고 했고 고 경위랑 김 경장은 아침 먹나?”
“저는 엄마가 하도 먹으라고 해서 억지로 먹었는데 버릇이 됐습니다.”
유정이 말했다. 하람도 답했다.
“저는 그냥 사과 반쪽이나 우유 한잔 마시고 나옵니다.”
“경위님. 11시만 되면 배고프지 않아요?”
정희가 하람에게 물었다.
“습관 돼서. 괜찮아요. 점심도 그렇게 많이 먹는 편이 아닙니다.”
“어머, 그러네. 반 공기나 남기셨어.”
“김 경장은 부모님과 같이 사나 보네.”
팀장이 유정에게 물었다.
“네. 강아지하고 고양이도 있고 그렇게 다섯 식구가 지냅니다. 누나는 시집가서 분가했구요.”
“와, 애기들 사진 있어? 강아지랑 고양이.”
이정희 경장이 유정에게 빨리 사진을 보여달라며 채근했다. 유정이 씩 웃더니 휴대폰을 열어 사진을 손가락으로 넘겨 가며 정희에게 보여주었다. 최 팀장도 고개를 옆으로 하고 곁눈질로 보았고 하람은 물을 마시고 있었다. 사진 속에서 유정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자 강아지와 고양이를 안고 있었고 그 가운데에서 유정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어우, 너무 귀여워.”
정희가 감탄을 하며 아예 유정의 휴대폰을 빼앗았다.
“몇 장 더 봐도 되지?”
“예. 보세요.”
정희의 옆에 있는 하람이 힐끔 그녀가 보고 있는 유정의 사진들을 보았다. 유정이 가족들과 즐겁게 있는 사진들을 보며 하람은 한편으로 궁금했다. 저렇게 가족과 함께 지내는 기분은 어떨지.
“다복해 보이네. 부모님이 좋아 보여. 그래서 김 경장이 구김이 없구나.”
팀장이 유정에게 말했다.
“좋죠. 아버지가 방송기자셨는데 집에 잘 못 들어오셨어요. 항상 바쁘셨거든요. 그래도 집에 오실 때마다 과자하고 빵하고 잔뜩 사 가지고 오셔서 저하고 누나 자는 거 깨워서 안겨주셨는데 아직도 기억납니다.”
유정의 아버지가 ‘방송기자’였다는 말에 팀장이 고개만 끄덕이며 물을 마셨다. 팀장이 하람에게 물었다.
“고 경위는 혼자 살지?”
“네.”
“그래도 끼니는 거르지 마.”
“저녁 먹을 사람 없으면 저 부르셔도 돼요.”
정희가 유정의 강아지와 고양이 사진을 손가락으로 넘겨 보며 고개를 숙인 채로 넌지시 말했다. 정희의 말에 최 팀장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보았다.
“이상하게 바라보신다. 팀원끼리 같이 밥 먹을 수도 있죠.”
정희가 정색하며 팀장을 바라봤다.
“그래. 정희 불러도 되고 나 불러도 되고. 정규랑 태식이 불러도 돼. 암튼 밥은 꼭 챙겨 먹어라.”
“네. 알겠습니다.”
하람이 옅은 미소를 보였다. 팀장이 다들 먹었으면 이제 일어나자 했고 모두 식당 밖으로 나왔다. 최 팀장과 유정, 정희는 덥다며 외투를 입지 않았고 하람만 점퍼의 지퍼를 올렸다. 시간은 따뜻한 봄을 넘어 쨍한 여름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람이 실종사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다 한동안 모니터를 물끄러미 보았다. 천국의 문 현장의 지하 1층과 8층에는 시신 없이 비어 있었고 신원 미상의 시신들도 있었기 때문에 두 형사는 시신이 유실되었을 가능성과 실종 사건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었다.
“김 경장. 보고 있는 실종자들 나이대가 보통 어느 정도 되죠?”
“대부분 치매 앓고 있는 노인들입니다. 조금 젊은 인지 장애 있는 장애인들도 있구요.”
“관내에서 가족이 실종신고를 했는데 실종자 나이는 28세, 젊네요. 결국 실종자 본인이 집에 돌아와서 신고 해제된 사례가 있어요. 실종 신고 해제일이 올해 2월 14일이고.”
유정이 하람에게 다가와 말했다.
“특이하긴 하네요. 장애나 질병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종 신고 해제가 2월에 있었으면 우리가 천국의 문 현장 발견을 3월에 했으니 관련 여부를 조사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소환해서 진술받아 보는 게 어떨까요?”
“전과 기록부터 확인하고.”
하람이 최근 실종되었다가 집에 돌아온 기록이 있는 진이한의 전과 기록을 조회했다. 올해 2월 11일에 정암지방법원에서 보이스피싱 사기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 말고는 과거에 형사 처벌 받은 전력은 없었다. 하람이 진이한의 전과를 확인한 후 그에게 전화했다. 경찰서에 와서 참고인으로 진술할 것을 부탁했는데 그가 완강히 거부했다. 거부 사유를 물어봐도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는 경찰서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진술을 피하는 것부터 찜찜했던 하람은 일단 찾아가 보기라도 해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와 백팩을 들었고, 유정도 그를 따라나섰다. 차를 타고 20분 정도 실종 기록에 있던 주소를 찾아가니 낡은 구축 빌라에 도착했다. 101호의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통화를 했던 진이한의 목소리였다.
“경찰입니다. 진이한 씨 맞으시죠? 잠시 말씀 좀 나누었으면 해서요.”
하람이 부탁했다.
“할 얘기 없어요. 돌아가세요.”
진이한이 짜증 냈다. 유정이 하람에게 말했다.
“주거 침입 문제 삼을 수도 있으니까 오늘은 가시죠.”
하람이 문에 대고 말했다.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김 경장은 들어가요. 난 괜찮으니까.”
하람이 1층 계단에 주저앉았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렇게 기다릴 수 있다는 듯이 평안한 얼굴이었다. 괜찮지 않은 유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계단 폭이 좁아 하람의 바로 옆에 앉기는 어려웠고 그보다 두 단 위에 올라가 앉아 휴대폰을 꺼냈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30분 정도 지나자 정말 형사들이 갔는지 확인하려고 진이한이 문을 빼꼼히 열었다. 순간 문이 열린 것을 본 하람이 달려가 발을 문에 끼웠고 손잡이를 당겼다.
“자꾸 이러시면 경찰 부릅니다!”
“우리가 경찰이에요!”
문을 두고 진이한과 하람이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본 유정이 ‘아, 정말’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달려가 힘을 보탰다. 문이 확 열렸다.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딸려 나온 진이한에게 유정이 죄송하다고 했다. 진이한이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두 사람 모두 집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직전에 대치했던 양상과는 다르게 하람도 거듭 죄송하다며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섰다. 10평 정도 남짓 되어 보이는 집의 거실 한켠에는 신문지, 전단지, 접은 상자 등이 쌓여 있었고 빨랫대, 냉장고, TV 선반과 TV, 식탁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앉을 곳이 옹색했다. 식탁 위 여러 약봉지와 싱크대에 아직 설거지 전인 식기들, 그리고 거실 벽면에 울긋불긋한 곰팡이들과 천장 한쪽 모서리의 벽지가 떨어져 늘어져 있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안방으로 보이는 방문이 열려 있었고 누워있던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 ‘여보, 왔어요?’하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유정에게 달려가 안았다. 유정은 당황한 얼굴로 이게 무슨 일인지 진이한을 쳐다봤으나 그녀가 안은 두 팔을 놓지 않자 대략 상황을 감지한 유정이 할머니를 가볍게 안아줬다.
“죄송해요. 저희 할머니가 치매셔서.”
“괜찮습니다.”
유정은 괜찮다며 웃어 보였다.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던 진이한이 할머니를 유정에게서 억지로 떼어 놓았다. 할머니는 싫다며 응석을 부렸다.
“여기 앉으세요.”
진이한이 식탁의 의자를 빼주었고 할머니를 다시 안방으로 모시고 간 뒤 방문을 닫았다.
“오늘 형사님들 오신 거 어떻게든 밖으로 새어 나가면 안 돼요. 그 사람이 저희 가족들 모두 죽인다고 했어요.”
진이한이 한껏 긴장한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로 하람과 유정에게 부탁했다. 하람과 유정은 명함을 꺼내 그에게 주었고 하람이 말했다.
“염려하시는 상황 발생하면 꼭 저나 여기 김유정 형사에게 연락주세요. 조치를 취해 드리겠습니다.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구대에도 정기 순찰 요청해 놓겠습니다.”
그들의 명함을 받은 이한이 다소 안심이 되는 표정을 지었다. 하람이 휴대폰을 식탁에 놓으며 말했다.
“편의상 녹음을 하겠습니다. 동의하지 않으시면 하지 않겠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이한이 말했다.
“녹음은 하지 말아주세요.”
“그러죠.”
하람이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고 가져온 백팩에서 다이어리와 펜, 출력물을 꺼냈다.
“진이한 씨 맞죠? 94년 8월 5일생?”
“네.”
“실종 과정에 대해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보이스피싱하다가 걸려서 재판받았어요. 피해자가 돈 인출하면 이를 받아서 조직에 넘기는 역할이었죠.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줄도 몰랐어요. 알바 공고 떠서 전화하니까 부동산 경매 업체에서 경매에 필요한 일이라고, 고객한테서 돈 받으면 전달만 하면 되는 쉬운 일이라고 했어요. 담당자한테 물어봐도 추심채권 담당하는 팀이고 불법은 아니니까 안심하라고 했었구요. 근데 친구가 이 얘기 듣더니 그거 보이스피싱이라고 하지 말라고 했었어요…”
하람이 잠시 진이한의 진술을 제지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재판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도 기록에서 봤으니까 실종 과정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집행유예 선고 받고 구치소에서 석방돼서 집에 오는 길이었어요. 집에 도착하기 직전에 누가 저를 납치했습니다.”
“그 사람이 아까 진이한 씨 죽이겠다고 한 사람인가요?”
유정이 물었다.
“예. 젊은 여자였어요. 20대 후반 아니면 30대 초반 정도? 남자도 한 명 있었는데 나이대는 그 여자랑 비슷했던 거 같아요. 암튼 뒤에서 갑자기 지지직 소리가 나더니 제가 기절했던 거 같아요. 깨어나 보니까 손발이 묶여서 어딘가에서 제가 앉아 있더라구요.”
“지지직이라면 전기충격일텐데 잠시 상체를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하람의 부탁에 이한이 일어나 상의를 벗었다. 옷을 입고 있던 등이나 허리는 깨끗했지만 뒷목에 전기충격이 가해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장소하고 주변이 어땠는지 기억나세요?”
하람이 옷을 입고 있는 이한에게 물었다.
“무슨 창고였던 거 같기도 하고. 제가 모르는 곳이었구요. 저한테 주사를 놓으려고 하길래 저 사람이 절 죽이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주사요?”
“예.”
“주사가 몇 개 있었습니까?”
“세 개인가, 네 개인가.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은데 한 개는 아니었어요.”
“잠시만요. 잠깐 정리 좀 하고 더 여쭤볼게요.”
하람이 다이어리에 열심히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주사’라는 말에 유정의 눈이 커졌다. 하람이 다시 물었다.
“그 여자가 주사를 놨던 가요?”
“아뇨. 제가 막 몸부림치면서 죽기 억울하다고 소리쳤죠. 저 죽으면 치매있는 할머니하고 이제 고3 되는 동생 너무 불쌍하다고. 제 가족들 너무 막막해진다고 막 울었어요. 이번에 보이스피싱해서 잘못은 했지만 그 전에는 알바하면서 정말 성실하게 살았다고. 보이스피싱도 알바라고 속아서 하게 된 거라고. 보이스피싱을 계획한 것도 아니고 현금 인출책에 불과한 제가 왜 죽어야 하냐고 막 그랬죠. 이번이 처음 잘못한 거니 제발 용서해달라고도 했어요. 다시는 나쁜 짓 안하겠다고. 첫 번째 보이스피싱 때 했던 사백만 원은 제가 수중에 있었던 돈 모두 털어서 피해자한테 배상했고 두 번째 보이스피싱 때 잡힌 건데 이거 천만 원도 경찰이 압수해서 피해자한테 모두 돌려줬다고도 했습니다.”
“그때 같이 있던 사람들이 진이한 씨를 왜 죽이려는지 이유는 이야기하던가요?”
“아뇨. 아무 말 없었습니다.”
“이한 씨가 그렇게 말하니 그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주사기를 다시 내려놓고 저한테 그게 정말이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여자하고 남자가 저쪽에서 무언가 대화하더라고요. 둘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더니 저한테 일단 거기에 있으래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는 모르겠는데 이틀인가 지나서 그 여자랑 남자가 다시 와서는 눈 가리고 차에 태우더니 길바닥에 저를 내려놓더라고요. 차에서 그 여자가 밖에서 경찰에 신고하면 저하고 가족들 모두 죽인다고 했어요.”
“차 번호라든지 차종을 봤습니까?”
“아뇨. 손하고 발은 풀어줬는데 눈은 꼭 5분 뒤에 풀으라고 해서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람이 한숨을 쉬며 펜을 손으로 돌렸다. 유정이 물었다.
“혹시 감금되었을 때 특이한 거 없었나요?”
“글쎄요…아, 멀리서 무슨 찬송가 비슷한 거 들렸는데. 여러 사람들이 부르는 것 같았어요. 창고같이 허름한 근처에서 누가 노래를 부르나 궁금하긴 했죠.”
“그 외에는 없습니까?”
“네. 갈 때 올 때 모두 눈을 가려서 주변을 못 봤습니다.”
‘전기충격’, ‘주사’와 ‘찬송가’. 하람과 유정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들은 진이한에게 거듭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서둘러 서로 달려갔다. 두 형사는 보이스피싱이 사기 범죄이기 때문에 어쩌면 진이한이 천국의 문에서 시신 없이 비어 있던 지하 8층 사기 지옥 칸에 들어갈 뻔한 사람이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전기충격’과 ‘주사’는 천국의 문 시신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범행 형태였고, ‘찬송가’라면 세세교와 관련이 있을 수 있었다. 하람은 서에 도착하자마자 최 팀장에게 보고했다.
“관내 실종 복귀자 중에서 세세교 측에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름은 진이한이고, 탐문은 마쳤습니다. 납치될 때 전기충격을 받은 듯하고 납치된 뒤에 주사로 살해될 뻔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천국의 문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들의 살해 패턴하고 동일합니다. 보이스피싱 전과잔데 아마도 천국의 문 현장 지하 8층에 들어갈 뻔했던 사람으로 보입니다. 납치 장소는 세세교 본부 근처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추가 범행 일어나기 전에 일단 세세교 근처부터 수색해서 범행 현장 확보해야 합니다.”
최 팀장이 하람에게 물었다.
“세세교라는 근거는 전기충격하고 주사, 두 갠가?”
“그자가 납치된 곳에서 찬송가 비슷한 걸 들었다고도 했습니다.”
“찬송가는 어디에서도 들릴 수 있는 거 아닐까?”
“누군가를 잡아서 감금하고 살해하는 장소가 여러 사람 눈에 들킬 수 있는 도시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겁니다. 세세교 본부가 산에 있으니 본부 근처가 유력합니다. 본부 안에 둘 가능성도 있지만 본부 밖에 둬야 만일 발각되면 눈을 피해 없애기도 더 쉬우니 본부 근처부터 찾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우선 본부 근처를 찾아보고 없으면 나중에 수색영장이라도 받아서 본부를 수색하는 방향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풀어줬데?”
“왜 죽이려 했는지, 왜 풀어주는지 제대로 말 안 했다고 합니다. 다만, 진이한이 먹여 살려야 할 가족들이 있고 이번이 처음 잘못한 거니 다음부터는 안 하겠다고, 살려달라고 울고불고했더니 이틀 정도 있다가 풀어주었다고 합니다.”
“잡았다가 불쌍해서 풀어줬다?”
“타겟을 잘못 잡았을 수도 있죠. 혼선이 있었을 수도 있구요. 막상 잡고 보니 자기네들이 잡으려고 했던 사람이 아니었거나 나름 정한 기준에 맞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신원 확인된 다섯 구 중 네 구가 세세교 관련자들인데 진이한은 세세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다섯 구의 시신들이 생전에 저질렀던 사건에 관해서 모두 피해자들이 합의를 거부할 만큼 피해자들의 원한 관계가 남아 있지만, 진이한이 했던 보이스피싱에서는 피해자들이 모두 배상을 받아서 실질적인 원한이 남아 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여러 명 동원해서 찾는 게 빠르겠지만 세세교 눈에 띌텐데.”
“드론을 이용하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드론은 구조 수색만 가능하잖아?”
“작년 말부터 운용규칙 개정돼서 순찰 목적으로도 가능합니다. 드론으로 위치만 확인되면 저하고 김유정 경장이 우조산에 있다가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그러면 지원요청서 작성해서 넘겨. 현장 갈 때 방검복하고 총 꼭 챙기고.”
“알겠습니다.”
드론 운용부서에서 운용 승인을 내주었고 두 형사는 드론 담당자와 함께 세세교 본부가 있는 우조산에 도착했다. 가는 동안 하람은 팀장에게 그렇게 말은 했으나 과연 진이한이 감금되었다고 하는 창고가 나오지 않으면 어떡할지 갑갑했다. 유정 역시 가능할까 싶었다. 그들의 답답함은 드론이 뜬 후 세세교 본부로부터 약 300m 떨어진 곳에 창고가 있음이 확인된 순간 확 풀렸다. 안에 들어가니 나무 등받이와 안장만 있는 철제 의자, 철제 책상이 각각 하나씩 있었다. 잘린 케이블타이 세 가닥도 의자 바로 앞에 널려 있었다. 유정은 이 장소를 휴대폰 사진으로 찍어 진이한에게 보내주었고 이한은 그 장소가 맞다고 답신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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