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문 12
김지환
하람과 유정이 잠복을 하기로 한 날의 전날 밤 10시, 잠자리에 누운 하람에게 유정으로부터 휴대폰이 걸려 왔다. 하람이 휴대폰을 보니 유정으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직전까지 4통이나 와 있었다. 하람이 늦은 저녁을 먹고 소파에 기대어 있을 때 잠시 잠든 사이 유정이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하람이 전화를 받자마자 유정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경위님! 빨리 진이한 집으로 오셔야겠습니다. 저도 가는 중입니다! 진이한이 습격당한 것 같아요.”
하람이 벌떡 일어서서 옷을 주워 입으며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진이한이 전화했는데 지금 안방문 걸어 잠그고 괴한과 대치 중이랍니다.”
“알았어요. 일단 빨리 진이한 집에서 봅시다.”
“경위님. 다른 경찰들에게는 알리지 말고 저희만 와 달라고 합니다. 못 믿겠다고.”
“네.”
어떠한 이유인지 물을 여유가 없었다. 하람은 자기 차를 타고 서둘러 진이한의 집으로 향했다. 차로는 15분 거리. 괴한과 대치 중이라면 긴 시간이었다. 하람은 운전하며 유정에게 전화했다.
“진이한 동생은?”
“학원 갔고 집에는 들어오지 말라고 전했답니다.”
“그럼 할머니하고 둘이 안방에 있는 건가?”
“아마 그런 모양입니다.”
“112에 신고도 안 했나보죠?”
“네. 안 했답니다.”
“몇 분 뒤 도착할 거 같아요?”
“저는 거의 다 왔습니다. 도착하는 대로 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아니, 혼자 가지마요. 저도 곧 갑니다.”
“알겠습니다.”
유정이 하람보다 먼저 도착했다. 진이한 집의 현관문은 닫혀 있었다. 유정이 아무리 벨을 눌러도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았으나 귀를 현관문에 대어 보니 ‘쾅, 쾅’ 누군가가 무엇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괴한이 이한과 할머니가 있는 안방에 진입하기 위해 문고리를 부수려는 모양이었다. 더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유정이 공용 계단을 올라가 창문을 연 뒤 공동 현관 출입구의 위에 붙어 있는 작은 지붕에 올랐다. 그리고 삼단봉을 꺼내 진이한 집의 베란다 유리창을 부수고는 그곳을 통해 집으로 넘어 들어갔다. 안방 문고리를 치고 있던 어떤 남자가 유정에게 단검을 들고 달려왔다. 그자가 단검으로 유정에게 찌르려고 팔을 뻗는 순간 유정이 삼단봉으로 남자의 팔을 쳐내고 그의 머리를 내갈겼다.
“나오지 마세요. 경찰입니다!”
남자가 주춤하는 사이 베란다에서 유정이 소리쳤는데 이번에는 남자가 유정에게 파고들었다. 유정이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진 유정에게 남자가 칼로 찌르려 하자 유정이 옆에 있던 맥주병을 들어 그의 머리를 가격했다. 병이 깨지며 그가 칼을 놓쳤고 옆으로 잠시 휘청였다. 일어난 유정이 발로 남자의 얼굴을 치자 남자가 나동그라졌다. 몸을 놀리기에 너무 좁은 베란다를 우선 벗어나야겠다고 판단한 유정은 거실로 뛰어나갔다. 거실에서 유정이 다시 소리쳤다.
“안에서 절대로 나오지 마세요. 김유정 형사입니다!”
“네!”
할머니가 있던 안방에 진이한도 같이 있는 것을 확인한 유정이 정신을 가다듬었다. 남자가 단검을 들고 다시 유정에게 달려들었고 칼을 휘둘렀는데 손놀림이 너무 빨랐다. 피한다고 했지만 칼이 유정의 왼팔을 스치며 지나갔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살을 에는 통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번에는 유정이 봉을 휘둘렀는데 남자는 이런 근접전에 익숙한 듯 유정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했다.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유정의 오른쪽 허벅지를 칼로 그었고 유정이 고통에 허리를 숙이자 그가 유정을 식탁 방향으로 발로 걷어찼다. 유정이 식탁에 부딪히며 식탁 의자와 함께 쓰러졌다.
그때, 이제 막 도착한 하람이 밖에서 현관문을 다급하게 두드렸다.
“경찰입니다! 문 여세요!”
경찰이 한 명 더 왔음을 안 남자가 잠시 생각하다 베란다를 통해 밖으로 내달렸다. 왼팔과 오른쪽 허벅지를 칼로 베인 채 식탁에 세게 부딪힌 유정이 신음소리를 내며 일어났고 일단 베란다로 향했다. 남자가 이미 도망쳤는지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남자가 도주한 것을 확인한 유정이 현관문으로 가 도어락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하람이 신발도 벗지 않은 채로 급하게 거실로 뛰어 들어왔다.
“놈이 도망쳤습니다. 진이한 씨는 할머니하고 방 안에 있어요.”
유정이 얼굴을 찡그리며 하람에게 말했다. 유정은 안방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경찰만 있으니 이제 안심하고 나오셔도 됩니다.”
방문을 살짝 열고 유정과 하람을 확인한 진이한이 나왔다.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었다. 유정이 방을 보니 할머니는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괜찮아요? 다친 거 같은데?”
하람이 유정에게 물었다.
“조금 베었는데 참을만 합니다. 여기 아무래도 그냥 두면 안 되겠습니다.”
유정이 진이한을 보며 말했다. 하람이 이한에게 물었다.
“진이한 씨 괜찮아요?”
이한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불안한 기색이었다. 하람이 이한에게 다시 물었다.
“괴한이 어떻게 들어왔습니까?”
“원래 베란다 문을 꼭 잠가놓는데 할머니가 낮에 열어 놓으셨는지 단속하는 걸 깜박했어요. 마루에서 TV 보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베란다 문을 열고 갑자기 들어왔습니다.”
하람이 말했다.
“진이한 씨, 가족들 모두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합니다. 머물만한 곳이 있어요. 제가 잘 아는 스님이 계시는 절입니다. 지금 바로 갑시다. 할머니 모시고 동생분이랑 같이.”
이한이 알겠다며 동생에게 연락하겠다고 했다. 할머니를 깨우는 데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약간의 짐을 싸고 진이한과 그의 동생, 할머니를 하람의 차 뒷좌석에 모두 태웠다. 절로 향하기 전 유정이 하람에게 말했다.
“단독 행동해서 죄송합니다.”
하람이 유정의 어깨를 살짝 잡았다가 놓았다.
“저는 지금 강원도 설악산으로 갈 테니까 일단 김 경장은 병원 응급실에 가서 상처 치료해요. 꿰매야 할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을까요? 우리가 진이한 접촉한 걸 세세교에서 안 것 같은데요.”
“지구대에 순찰 요청했던 게 걸리네요. 우리 쪽에도 포섭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암튼 빨리 움직입시다.”
“네. 밤에 운전 조심하시구요.”
유정은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본 후 근처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두 형사는 진이한과 그의 가족을 대피시킨 후 날이 밝자마자 세세교 본부 근처에서 발견한 창고의 부근 수풀에서 잠복을 시작했다.
“지금이 6월이니까 정말 다행입니다. 겨울이나 한여름이었으면, 어우 아찔해.”
유정이 가져온 크림빵을 꾹꾹 씹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람이 물었다.
“상처는 어때요?”
“꼬매고 약 먹으니까 아무렇지 않습니다.”
“칼빵은 처음이죠?”
“찔린 것도 아닌데 칼빵까지야 뭐. 칼 맞은 게 처음이긴 하네요.”
“안 무서웠어요?”
“여러 명이었으면 그랬을 거 같은 데 한 명뿐이라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칼 쓰는 솜씨가 보통 사람 같지는 않더군요.”
하람이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람이 입을 열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어요.”
하람이 유정에게 말했다. 유정이 하람을 쳐다보았다. 하람이 물었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갔는데 아버지나 어머니가 맞이해주면 기분이 어때요?”
“뭐, 일상적인 거니까. 그래도 싫은 건 없었던 거 같네요. 항상 강아지도 격하게 반겨주니까 좋고요.”
“그럼 졸업식 같은 거 할 때 부모님이 와서 사진 찍는 기분은?”
“좋죠. 끝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니까. 경위님도 비슷하지 않았어요?”
막상 말을 하고 나니 유정이 아차 싶었다. 그러고 보니 유정은 하람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몇 번 회식도 하고 현장도 같이 다녔지만 좀처럼 하람은 자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하람은 유정의 말을 들으면서 단팥빵을 씹을 뿐 표정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하람이 말했다.
“난 부럽던데. 13살 이후로 아무도 없었거든요. 뭐, 아버지는 그 전부터 없었던 셈이고.”
여전히 하람은 빵을 먹으며 앞만 주시한 채 말하고 있었다. 유정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당황해 사례가 걸렸고 급하게 곽 우유를 뜯어 마셨다.
“지난번 김 경장 사진 보니까 문득 궁금했어요. 어떤 기분일지.”
“저희 엄마가 잔소리가 너무 많아서 전 그게 싫던데. 빨리 독립하고 싶어요. 경위님 주변에 좋은 분 있으면 소개 좀 시켜줘요.”
하람이 피식 웃었다.
“김 경장 키 크고 잘생겼으니 따라오는 여자분들 좀 있을 거 같은데?”
“아휴, 없습니다.”
“김 경장은 지난번에 그 말 사실이에요? 연애하고 싶어서 신학교 관둔 거?”
“네. 근데…형님이라고 불러도 돼요?”
하람이 고개를 돌려 유정을 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그러든지.”
“형님은 왜 경찰되신 거에요? 그런 질문 많이 받죠?”
“이제 그런 질문은 그만 받았으면 좋겠는데. 지난번 첫 회식 때 말한 게 다야. 중이 절 싫어서 떠난 거고 나도 일은 해야 하니 여러 직업 중에서 경찰 택한 거고. 그뿐이야.”
“아무래도 뭔가 있을 거 같은데. 근데 형님 수재신가 봐요. 경대 차석 졸업도 하시고. 나중에 더 올라가시면 저 잊으시면 안 됩니다.”
하람이 픽 웃었다.
그들이 그렇게 20시간 정도 잠복했으나 창고에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새벽 내내 이슬을 맞은 하람이 다음 날 아침 팀장과 상의했다. 강력팀원들이 2인조로 돌아가며 하루씩 잠복을 서는 것으로 협의했다.
그렇게 10일이 지나 김정규, 이태식 경사가 잠복을 할 때였다. 여자와 남자가 눈을 가린 누군가를 차에서 내려 끌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 김정규 경사는 강력팀에 이를 공유했다. 하람은 다른 사건 조사 중이었으므로 갈 수 없었고 유정만 경광등을 켜고 2시간 20분 정도 걸릴 우조산으로 급하게 출발했다.
정규와 태식이 창고에 천천히 접근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경찰이다. 움직이지 마!”
김정규와 이태식이 테이저건을 겨누면서 외쳤다. 어떤 남자가 손발이 묶여 의자에 앉아 있었고 여자는 책상 위에 놓은 가방에서 주사기를 꺼내고 있던 참이었다. 여자와 같은 패인 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조금 떨어져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자와 남자는 경찰이 들이닥친 것을 보자 두 손을 들었다. 손발이 묶여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정규가 서 있는 남자에게 수갑을 채우기 위해 천천히 다가갈 무렵 갑자기 그가 정규에게 파고들었고 정규는 그에게 테이저건을 쏘았다. 총을 맞은 그가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하지만 태식의 시선이 잠시 그들에게 향한 틈을 타 여자가 태식에게 달려들었고 태식은 테이저건을 쏠 기회를 놓쳤다. 그녀가 태식의 팔을 가격하여 총을 바닥에 떨어뜨리게 했다. 그러고는 남자에게 테이저건을 쏜 직후 잠시 멍하게 있던 김정규의 머리를 발로 가격해 정규도 바닥에 쓰러졌다. 태식이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바닥에 있던 태식의 테이저건을 발로 차 멀리 떨어뜨린 후 태식의 주먹을 피하고는 그의 양 다리를 가격해 넘어뜨렸다. 키 182cm, 체중 93kg인 태식이 뒤로 맥없이 ‘쿵’ 쓰러졌다. 넘어지면서 뒷머리가 땅에 부딪힌 태식의 머리에 두통이 밀려왔고 여자는 태식의 가슴팍에 올라타 태식의 얼굴을 계속 가격했다. 태식의 얼굴이 배어 나온 피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정규가 일어나 그녀가 차버린 테이저건을 주우러 뛰자 정규의 움직임을 알아챈 그녀는 정규의 등을 발로 차 쓰러뜨렸다.
유정이 출발한 후 20분 정도가 지났다. 그가 정규와 태식에게 전화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불안한 유정이 최 팀장에게 전화했다.
“김정규, 이태식 경사가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난 것 같습니다. 빨리 지원 보내야 합니다. 관할서에 지원 요청해주세요. 팀장님.”
유정은 급한 마음에 국도에 들어서자 속력을 130km로 밟으며 달려가고 있었다. 그 사이 창고에서는 그녀가 단검을 꺼내 태식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칼이 태식의 목 옆, 경동맥을 향했는데 죽은 듯이 있던 태식의 팔이 칼을 잡고 있는 그녀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태식의 목을 향해 밀고 있는 그녀의 팔과 이를 막는 태식의 손이 맞물려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태식의 아귀 힘이 더 컸는지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놓쳤고 이를 본 태식이 그녀를 덮쳐 누르기를 시도했다. 정규는 일어나 멀리 떨어져 있던 테이저건을 잡았고 그녀가 태식의 누르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버둥거리는 사이 정규가 쏜 테이저건이 태식에게 잘못 맞았다. 태식이 쓰러지고 그녀가 다시 일어났다. 정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가 권총을 꺼내 공포탄을 공중으로 쏘아 경고했다. 그녀가 멈칫했다. 그때 테이저에 맞았던 남자가 기절에서 깨어났고 천천히 정규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움직이면 쏜다!”
정규의 경고에도 남자가 계속 천천히 다가왔다. 정규는 한발을 그의 허벅지에 명중시켰다. 그가 신음을 토해내며 풀썩 쓰러졌다. 그 틈을 타 그녀가 정규에게 바짝 다가와 순식간에 정규가 총을 잡고 있는 팔을 위로 젖힌 뒤 그의 목을 바짝 졸랐다. 정규의 숨이 거칠어지며 얼굴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형사 3명이 권총을 들고 들이닥쳤다. 1명이 공포탄을 쏘았다.
“손들어! 경찰이다!”
경찰들을 본 그녀는 정규의 목을 감고 있던 팔을 풀고 두 손을 들었다.
관할서의 도움으로 납치범들을 체포하는 데에 성공했다. 유정과 김정규, 이태식 경사가 정암경찰서로 납치범 중 한 명인 여자를 데려왔다. 정규가 테이저건을 맞아 기절 후 깨어난 태식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병원부터 가보라 했으나 태식은 괜찮다며 피가 늘어 붙은 얼굴로 그들과 함께 정암경찰서로 향했다. 허벅지에 총상을 입은 납치범 남자는 우선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그녀는 서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말만 남기고는 형사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납치범들의 휴대폰, 티오펜탈 나트륨, 브롬화 판크로늄, 염화칼륨과 주사기들, 정맥 주사를 위한 압박대 등이 압수되었고 그들의 지갑에서 신분증도 발견되어 여자와 남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자는 31세 신윤주, 남자는 36세 최중식으로 둘 다 전과가 없었다. 직접 신윤주와 격투를 벌였던 이태식 경사가 특수부대 출신이었으므로 막연히 그녀가 군인 출신은 아닌지 추측만 할 뿐 확실한 건 없었다. 납치범들이 창고로 납치해 온 자는 강상국에게 2억 원의 투자 사기를 저질러 징역형을 선고 받았지만 법정 구속되지 않아 귀가하던 자였다.
경찰이 압수한 신윤주와 최중식의 휴대폰에서 그들이 여러 차례 통화한 휴대폰 번호가 두 개로 추려졌는데 그들의 휴대폰에는 각각 ‘A’와 ‘B’로 저장되어 있을 뿐 이름이 없었다. 통신조회 결과 하나는 세세교 부총재인 강상국, 나머지 하나는 차동혁이라는 자의 것으로 확인되었다. 강상국의 휴대폰 번호는 지난번 강상국이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남겼던 것이 아니었다.
“차동혁이라는 이름 낯익어. 지난번 천국의 문 시신들 생전 범행 피해자 가족 중에 한 사람인 것 같은데. 그때 피해자 가족들 참고인 진술서 나도 확인했잖아. 김 경장이 가서 한번 확인해봐.”
회의실에서 최 팀장이 강상국과 차동혁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논의하던 중 하람과 유정에게 말했다. 팀장의 말에 유정이 차동혁의 참고인 진술서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차동혁이라고 지하 2층 시신 강현중의 강간치사 피해자의 친오빠입니다. 차동혁의 참고인 진술서에 기재된 휴대폰 번호와 납치범 여자 휴대폰에서 발견된 차동혁의 번호가 동일합니다.”
“강상국이야 원래 용의자였고 차동혁이라는 사람도 원한 관계가 있어 보이니까 두 명 모두 영장 받아서 체포하자. 영장 나오는 대로 즉시 정규하고 태식이, 정희, 형욱이 모두 강상국 집으로 가고 하람하고 유정은 차동혁 집으로 가.”
“강상국이 주소지에 아직 있을까요? 참고인이긴 했지만 조사받아서 경찰에서 주시하고 있는 거 알고 있고 언론에서도 떠들고 있으니 우리가 증거 찾기 전에 도주했을 것 같습니다.”
하람이 팀장에게 말했다.
“일단 가보고. 없으면 세세교 본부로 갈 수밖에 없겠지. 그나마 출국금지 걸어놓은 게 다행이네.”
강상국과 차동혁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는데, 하람의 예상대로 강상국이 다른 곳으로 이사가 경찰이 확보한 주소에는 없었다. 강력팀의 형사 네 명이 그의 주소지로 갔지만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 있었다.
차동혁의 체포는 수월했다. 그가 공무원이라고 했으므로 일단 퇴근 시간에 맞춰 하람과 유정이 그의 집 앞에 있었다. 오후 6시부터 기다렸는데 저녁 약속이 있었는지 오후 10시가 돼서야 그가 집에 오는 모습이 보였다. 다가오는 동혁에게 하람이 말을 건넸다.
“차동혁 씨, 또 뵙네요. 정암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두 형사의 얼굴을 보자 동혁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일로…”
하람이 동혁에게 영장을 보여주며 체포 전 고지를 했다.
“차동혁 씨를 살인 및 사체 유기죄 혐의로 체포합니다. 이제부터 피의자라 호칭하겠습니다. 피의자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피의자가 한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고 변명의 기회가 있고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수갑 채우겠습니다.”
하람이 고지를 끝내자 수갑을 준비하고 있던 유정이 차동혁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동혁은 체념한 듯 저항 없이 그들의 체포에 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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