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제1심 재판부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했습니다. 많은 언론 기관들이, 평론가들이, 정치가들이 판결 분석을 하고 있으므로 자세히 논하는 것은 생략하겠습니다. 각종 커뮤니티에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고합660 사건 재판부 설명자료가 공개되어 있으므로 사건을 자세히 보고 싶은 분들은 위 자료를 보시면 되겠습니다. 블로그가 개인적인 공간인만큼 변호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간단한 개인적 소감 정도를 남기고자 합니다.
공직선거법 재판이 너무 길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270조에 엄연히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법원이 이 규정을 '훈시규정'으로 해석하는 까닭입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1심만 799일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규정'(주로 원피고, 피고인, 신청인 등 소송 당사자들이 지켜야 하는 규정들)이라 하고, 어떤 경우는 꼭 지키지 않아도 되는 '훈시규정'(주로 법원이 지켜야 하는 규정들)이라 하는데 애매모호합니다. 법원에서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수가 넘쳐나는 것 때문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법관 수를 늘리면 될일인데, 판사 정원이 2014년말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개정 및 시행으로 3214명이 된 뒤 10년째 그대로입니다. 판사정원을 370명 더 늘리는 법안이 계류중에 있다고 하는데 국회든, 법원행정처든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급히 해결해야할 부분입니다. 한편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지연을 문제삼고 있지만, 법관들이 유력하지 않은 국민의 피고인 사건에서의 재판 지휘를 하는 모습을 감안하면, 유력 정치가들에 대한 재판에서도 조금 더 강력하고 단호한 소송지휘가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한편, 당연한 말이지만 재판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실체적 정의'가 아니고 '절차적 정의'입니다. 법률이라는 일정한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절차에 따른 결론이 '최선'일 수 밖에 없고 사회구성원들은 이에 승복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절차'의 공정성에 오롯이 집중하면 최대한 실체적 정의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재판 과정에서 그 공정성에 있어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고, 이재명 대표는 구속까지 면했었기에 방어권 행사에도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입법의 최일선에 있는 공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정면으로 '정치탄압', '사법정의가 떨어졌다', '사법부는 죽었다', '정적 제거에 부역하는 정치 판결'이라는 등의 언동을 하는 것은 잘못이고 매우 부적절한 행동입니다.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그와 같이 주장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대상이 불리한 판결을 받는다면 사법부를 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선만 지킨다면 국민들은 그러한 불만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공당에서의 그러한 반응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재판을 받는 대상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이든, 김경수 전 지사, 조국 의원이든, 이재명 대표든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절차적 정의를 따르는 모습을 보여야 할텐데, 공당이 나서서 그와 같은 반응을 하니 분열이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국민의 힘 또한 마치 본인들이 승리한 것처럼 브리핑하는 모습 역시 볼썽사납습니다. 본인에게 유리하면 사법정의이고 불리하면 사법적폐라는 도돌이표 노래는 지루하지만 그런 노래가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고 있기에 자중해야 할 부분입니다. 사법의 영역을 정쟁으로 끌어와서는 안될 것입니다.
1심 법원의 판결이 온당했는가? 이는 항소심에서 가리면 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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