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극작가를 위한 법률

내가 쓴 소설과 극본, ‘표절’당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 5

김지환 변호사 2024. 9. 17. 22:58

본 블로그에 등록되어 있는 모든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목적을 갖고 작성되었습니다. 블로그 내에 있는 모든 정보들은 법률적 자문 또는 해석을 위해 제공되는 것이 아닙니다. 본 블로그에서 취득한 정보로 인하여 문제가 발생함으로써 직접적, 간접적 손해를 입게되었다고 해도,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표절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대부분은 알고 있는 방법일 수 있고 새로운 것은 아닐 수도 있으나 환기 차원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1. 저작권 등록

 

   사실, 소설, 극본 등과 같은 저작물들에 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특허처럼 별도의 등록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저작물은 탄생하는 그 순간, 저작자가 저작권을 갖게 됩니다(저작권법 제10조 제2).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저작권 등록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작물이 탄생하자마자 저작자에게 저작권이 부여되는 것은 맞지만, 해당 저작자가 그 저작물을 꽁꽁 싸매고 있으면 그 저작물이 세상에 나왔는지 여부를 누구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일종의 공시(公示) 제도를 둬서 그 저작물이 해당 저작자의 저작물임을 입증하기 쉽게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저작권법에 명시된 각종 권리를 누릴 수 있지만,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는다면 해당 저작물에 대해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저작자는 자신이 해당 저작물의 저작자이고 권리가 본인에게 있음을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입증책임의 문제. 우리나라는 대체로 권리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자에게 입증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작권 등록을 하게 되면 그 등록을 한 저작자의 저작물임이 추정되어서 저작권 분쟁 발생 시 오히려 그 저작자가 적법한 저작자가 아님을 주장하는 상대방이 상대방 본인에게 권리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입증책임 전환). 저작권 등록을 한 저작자는 침해 구제 소송을 제기하면서 자신이 저작권 등록을 한 저작자이고 누군가로부터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는 사실 정도만 법원에 제시하면 됩니다. 이 경우 피소당한 피고에게 원고가 저작자가 아니고 피고 본인이 저작자로서 저작권이 있다는 점에 대해 입증해야 합니다.

   소송을 함에 있어서 입증책임을 덜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이익입니다. 작가분들께서 저작권 등록을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이고 좋은 제도임에 분명합니다.

   또한, 등록되어 있는 저작권을 침해한 자는 그 침해행위에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저작권법 제125조 제4). 등록한 저작자인 원고는 침해자의 과실을 입증할 필요가 없고 침해자인 피고가 직접 자신에게 침해의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합니다(입증책임 전환). 이에 따라 재판 전이라도 등록한 저작자가 침해한 자에 대해 손해액을 갈음해서 각 저작물마다 1천만원 이하, 영리를 목적으로한 고의 침해의 경우 5천만원 이하의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저작권법 제125조의2 1. 물론 이렇게 등록한 저작자가 침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침해자가 배상하지 않게 되면 법원에서 판결을 받을 수 밖에는 없습니다).

   등록 방법은 간단합니다. 저작권 등록 홈페이지(www.cros.or.kr) 가셔서 몇가지 기입을 하고 소정의 비용(제 경우 단편이든, 장편이든 습작들을 등록하는 데에 1편당 23,600원이 들었습니다)만 지불하시면 등록은 끝납니다.

 

2. 녹음 및 이메일 등의 증거 남기기

 

   표절을 인정받기 위한 두 가지 요건 중에 의거관계를 입증하기 위함입니다. 문제가 되는 두 작품이 실질적으로 유사한 점도 인정받아야 하지만, 표절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 자가 나의 작품에 접근하기가 쉬웠다는 점 또는 접근한 경우가 있었다는 점과 같은 접근가능성도 입증되어야 합니다. 녹음 및 이메일 등을 통해 상대방에게 나의 작품을 넘겼다는 점을 증거로 남긴다면 상대방의 접근가능성을 입증하기가 쉬워질 것입니다.

   또한, 증거를 적극적으로 남기면 공동저작물 분쟁, 계약 관련 분쟁, 저작물 탈취 분쟁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3. 내가 지원한 공모전의 주관사, 주관업체, 공모전 심사위원이 만든 영화, 드라마 등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신인 작가가 공모전에 출품했다가 입상에 실패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몇 년뒤 그 공모전의 주최사 또는 협력사인 모 방송국 또는 모 영화사에서 만든 드라마나 영화가, 또는 그 공모전의 심사위원이 만든 드라마나 영화가 공교롭게도 그 신인 작가가 출품한 작품의 줄거리, 구조, 특별한 설정과 유사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이러한 점이 쟁점이 되어 표절 논란이 종종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런 논란이 법정 다툼으로 번진 경우 아직 표절로 인정된 판례는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법원은 의거관계가 인정되고 기본적인 줄거리가 비슷해도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는 데에 상당히 인색한 편이고(이에 관한 판례 통계는 지난 편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그에 따라 표절 및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 사례가 얼마 없습니다.

   이는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아직 법정에서 인정된 적은 없으나, ‘강력한 의거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표절을 의심하는 것을 불합리하다고 매도할 수만은 없다고 봅니다. 공모전에는 허수 지원도 있겠지만 아쉽게 탈락한 경우도 있고, 공모전을 개최한 주체나 공모전에서 심사를 한 심사위원들은 아쉽게 탈락한 작품들의 독특한 이야기 구조나 설정 들을 차용할 강력한 유인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저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닙니다. 미국의 판례이론에 의거관계의 증거가 강력할수록 실질적 유사성의 입증 정도가 그만큼 완화되는 반비례관계가 성립한다는 반비례윈칙(Inverse Ratio Rule)’이 있습니다. 미국 법원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원칙은 아니고, 미국 제9순회항소법원은 명시적으로 이 원칙을 폐기하기도 했으나, 기존 저작물과 새로운 저작물 사이에 어느 정도의 유사성이 인정된다는 전제하에 높은 정도의 접근가능성 및 의거관계가 인정된다면 오히려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 상대방(피고)이 입증해야 한다는 것으로(‘저작권 침해에 있어서의 의거관계와 실질적 유사성에 관한 검토’, 류정하, The Journal of Law & IP 10권 제22020. 12, 236-237면 참조), 꾸준한 문제제기와 합리적 논증을 전개한다면 우리나라 법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 법리의 상당부분이 영미법에서 연유한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논의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므로 내가 지원한 공모전의 주관사, 주관업체, 공모전 심사위원이 만든 영화, 드라마 등을 유심히 보고, 현저하게 유사한 측면이 있는 작품을 발견할 경우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민사 소송, 형사 고소, 한국저작권위원회의 분쟁조정 제도 등)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 공화 구성원 변호사 김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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