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건물 관리자는 입주자의 관리비 미납을 이유로 단전, 단수할 수 있을까

김지환 변호사 2024. 9. 4. 09:42

본 블로그에 등록되어 있는 모든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목적을 갖고 작성되었습니다. 블로그 내에 있는 모든 정보들은 법률적 자문 또는 해석을 위해 제공되는 것이 아닙니다. 본 블로그에서 취득한 정보로 인하여 문제가 발생함으로써 직접적, 간접적 손해를 입게되었다고 해도,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건물의 입주자가 관리비를 오랫동안 납부하지 않아 단전, 단수 조치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문의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물의 관리인 입장에서는 입주자가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으니 단전, 단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무작정 단전,단수를 하게 되면 오히려 관리인의 입주자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인은 단전, 단수 조치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판례를 통해 단전, 단수 조치를 하기 위해 충족되어야 할 요건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관리인이 입주자의 관리비 미납을 이유로 단전, 단수 조치를 하는 점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 법리

 

   관리비 미납이라는 이유가 있지만 입주자에 대해 단전, 단수 조치를 하는 것은 형법상 업무방해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업무방해에 해당하지만 단전 단수 조치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면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위법성 조각’)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에서는 정당행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에 대해 아래와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4732 판결 참조).


집합건물의 관리단 등 관리주체가 단전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법령이나 규약 등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단전조치의 경위,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입주자가 입게 된 피해의 정도, 단전조치를 하지 않으면 집합건물의 존립과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 단전조치에 관하여 법령이나 규약 등에 근거가 없거나 규약이 무효로 밝혀진 경우 단전조치는 원칙적으로 위법하다. 다만 관리주체나 구분소유자 등이 규약을 유효한 것으로 믿고 규약에 따라 집합건물을 관리하였는지, 단전조치를 하지 않으면 집합건물의 존립과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지, 구분소유자 등을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단전조치가 위법하지 않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1838607 판결 참조)

 

2. 여러 하급심 판례들을 종합하여 본, 단전, 단수 조치를 위해 필요한 요건과 절차

 

첫째, 관리인이 적법한 관리인이어야 합니다.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성립된 관리단이라든지, 관리단으로부터 관리규약에 따라 집회 결의를 통해 적법하게 관리 업무의 위임을 받은 관리회사든지 관리인에게 해당 건물을 관리할 적법한 권한이 있어야 합니다. 집회 결의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관리단으로부터 관리 업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관리회사 또는 관리소가 단전, 단수조치를 하는 것은 위법합니다.

 

둘째, 단전, 단수 조치가 해당 건물의 관리규약 또는 정관 등에 따른 법적 근거를 갖춘 조치여야 합니다. 단전, 단수 조치에 대한 관리규약 등의 근거가 없다면 아무리 입주자가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입주자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는 근거 없는 조치로서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리규약 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적법, 유효하게 성립된 관리규약 등이 아니라면 단전, 단수 조치는 위법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셋째, 앞서 말씀드린 근거를 갖춘 조치여야 한다는 점과 관련하여, 관리비를 갑자기 근거도 없이 기존보다 몇배를 올린다든지, 근거도 없이 입주자들을 차등하여 관리비를 징수하는 등과 같은 행위가 없어야 합니다. 또한 예를 들어, 규약 등에서는 관리비를 3개월 이상 연체했을 경우에 한하여 단전, 단수를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2개월 밖에 연체하지 않은 입주자에 대해 관리비 미납을 이유로 단전, 단수 조치를 할 수도 없습니다.

 

넷째, 관리규약 등에 근거하여 단전, 단수 조치를 위한 관리단 집회나 관리위원회의 결의가 있었어야 합니다.

 

다섯째, 관리비 부과를 받는 대상이 관리규약 등에서 정한 자여야 합니다. 만일 적법한 관리규약 상 관리비 부담 책임이 구분소유자에게만 있고 임차인에게 있는 것이 아님에도 임차인의 관리비 미납을 이유로 단전, 단수 조치를 할 수는 없습니다.

 

여섯째, 관리비 미납한 자에 대해 충분히 관리비 미납에 대해 변제할 것과 미납이 지속될 경우 관리규약 등에 근거하여 단전, 단수될 수 있음에 대해 충분한 사전 경고(독촉장, 공고 또는 통지 등)가 있었어야 합니다.

 

위와 같은 점들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단전, 단수 조치 전 그 충족 여부를 가장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관리비 미납한 자에 대해 민사 절차(본안 소송 또는 지급명령)를 거치는 것입니다. 단전, 단수 조치를 한 후에 업무방해죄로 고소를 당한 후 수사과정에서 또는 수사를 마쳐 기소된 후 형사 재판에서 위와 같은 점들에 대해 다투는 것에는 리스크가 큽니다. 그러므로 단전, 단수 조치를 하기 전에 관리인이 관리비 미납 입주자에 대해 미납 관리비를 징수할 권원이 있음을 민사 절차에서 법원을 통해 확인을 받는다면(승소) 추후 업무방해로 피고소되더라도 해당 조치가 적법, 적정했음이 인정될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일곱째, 미납 관리비 액수가 크면 클수록, 그 미납 기간이 길면 길수록 단전, 단수 조치가 정당행위로 인정받을 확률이 높아지겠습니다(집합건물의 존립과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 구분소유자 등을 보호할 가치 상승).

 

법무법인 공화 구성원 변호사 김지환

전화: 02-537-3784

이메일: fron2001@naver.com